솔직히 말하면, 나는 일본을 꽤 많이 갔는데도 매번 같은 코스였다. 도쿄 시부야, 아키하바라, 신주쿠, 오사카 도톤보리, 교토 아라시야마. 사진도 비슷하고, 기억도 뭔가 뭉개진 느낌. “또 갔다 왔는데 뭘 봤더라?” 싶은 그런 여행.
그러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소도시를 골라서 갔다. 마쓰야마.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실제 배경이라고 알려진 도고온천이 있는 곳이다. 사람이 많지 않고, 노면전차가 달리고, 저녁이 되면 온천 앞에 유카타 입은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는 거리. 그게 진짜 일본 같았다.
2026년 일본 여행 트렌드는 이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있다. 대도시 중심 여행에서 벗어나 온천, 자연, 로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소도시를 찾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고, 직항 노선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지금 가장 뜨는 일본 소도시 4곳과, 소도시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담았다.

왜 지금 일본 소도시인가 — 대도시 여행의 피로감이 쌓였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도쿄는 이제 좀 지겨워.” 틀린 말이 아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카이트리, 도톤보리 문어빵은 이제 한국 어디서나 본 풍경처럼 느껴진다.
반면 소도시는 다르다. 관광객이 많지 않으니 현지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침에 재래시장에서 어부가 생선 손질하는 걸 옆에서 보거나, 동네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라멘집에서 20분 기다렸다 먹는 경험 — 이런 게 소도시 여행의 맛이다.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대도시 숙박비가 눈에 띄게 올랐다. 엔화 약세가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지만, 도쿄·오사카 중심부 호텔 가격은 예전과 다르다. 반면 소도시는 숙박비도 합리적이고, 국내선이나 버스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 이동 비용도 절감된다.
실제로 일본 소도시 직항 노선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인천에서 마쓰야마, 요나고, 다카마쓰, 도야마 등으로 연결되는 저비용 항공사 노선이 2026년 들어 확대되면서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2026 지금 가장 뜨는 일본 소도시 4곳
🏯 ① 마쓰야마 (愛媛県) — 센과 치히로의 도시, 일본의 가장 오래된 온천
에히메현 마쓰야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알려진 도고온천이 있는 도시다. 개인적으로 일본 소도시 중 가장 강하게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고온천 본관은 1894년에 지어진 목조 건물로, 실제로 들어가면 ‘센과 치히로’의 유바바 온천과 분위기가 묘하게 닮아있다. 흘깃봐도 100년이 넘은 건물인데 지금도 현지인들이 매일 들어와서 목욕을 한다. 그 풍경 자체가 타임슬립 같다.
마쓰야마성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시 규모가 아담해서 노면전차 하나로 주요 관광지를 다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대중교통을 복잡하게 갈아타는 스트레스가 없다.
▶ 추천 일정 : 2박 3일 / 인천 → 마쓰야마 직항 이용 시 비행 약 1시간 30분
▶ 숙소 팁 : 도고온천 주변 료칸 1박 강추. 저녁 석식 포함 패키지가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음
▶ 놓치면 아쉬운 것 : 도고온천 앞 상점가에서 파는 타르트(밀감 잼 롤케이크). 에히메 명물로 현지에서 사야 진짜
🏔️ ② 요나고·돗토리 (鳥取県) — 사막 같은 사구와 게 요리의 도시
돗토리현은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현이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이 온전히 남아 있다.
돗토리 사구는 진짜다. 일본에 사막이 있다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가보면 끝이 안 보이는 모래언덕이 펼쳐진다. 낙타 체험도 할 수 있고, 사구 뒤로는 동해 바다가 보인다. 이 풍경을 보면서 “나 지금 일본 맞지?“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요나고는 돗토리현 서부의 거점 도시다. 다이센 산과 바다 풍경이 공존하는 조용한 도시로, 게 요리 전문점이 많다. 겨울에는 마쓰바가니(松葉蟹)라는 현지 대게가 제철이라 전국에서 미식 여행객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 추천 일정 : 2~3박 / 인천 → 요나고공항 직항 이용 가능
▶ 포인트 : 돗토리 사구 + 돗토리 사구 이나바노시로우사기 신화 관련 신사 함께 돌기
▶ 계절 팁 : 여름(사구), 겨울(게 요리) 모두 시즌이 있음. 목적에 맞게 선택
⛩️ ③ 다카마쓰·나오시마 (香川県) — 예술섬과 우동의 성지
가가와현 다카마쓰는 우동 마니아라면 이미 알고 있는 이름이다. ’우동 현(うどん県)’이라는 별명을 스스로 붙일 만큼, 이 지역 사누키 우동은 일본 내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이다. 현지에서 먹는 사누키 우동 한 그릇은 500엔도 안 한다.
다카마쓰에서 배를 타고 40분 거리에 나오시마라는 작은 섬이 있다. 현대 예술로 도배된 이 섬은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 호박 조각으로 유명하다. 섬 전체가 미술관처럼 설계돼 있고,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추 미술관이 바다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예술에 관심이 없어도 풍경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곳이다.
▶ 추천 일정 : 2박 3일 / 인천 → 다카마쓰 직항 이용 가능
▶ 필수 코스 : 다카마쓰 리쓰린 공원(정원) → 페리로 나오시마 이동 → 나오시마 자전거 대여 후 섬 일주
▶ 숙소 팁 : 나오시마에서 1박하면 해 질 녘과 이른 아침 섬 분위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음
🌊 ④ 가나자와 (石川県) — ‘작은 교토’라 불리는 숨은 명소
가나자와는 2차 세계대전 공습을 피한 덕분에 에도 시대 거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다. 교토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관광객 밀도가 낮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라는 옛 게이샤 거리는 아침 일찍 가면 거의 혼자 걷는 기분이 든다. 겐로쿠엔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사계절이 다 예쁘지만 특히 벚꽃 시즌과 눈 덮인 겨울이 압도적이다. 해산물 시장인 오미초 시장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이른 아침에 가면 현지 식당 주인들이 장 보러 나온 시간대라 활기가 넘친다.
▶ 추천 일정 : 2~3박 / 도쿄에서 신칸센 2시간 30분 또는 오사카에서 약 2시간 30분
▶ 음식 포인트 : 노토 굴, 게 요리, 모리모리 스시 — 해산물 퀄리티가 최상급
▶ 주의 : 2024년 노토 지진 복구 중인 지역이 일부 있으나 가나자와 시내 관광은 대부분 정상 운영 중

소도시 여행, 대도시랑 뭐가 다르게 준비해야 하나
소도시 여행은 준비 방식이 조금 다르다. 대도시처럼 그냥 가서 유명한 곳 찍고 다니는 방식으로는 절반도 못 즐긴다.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드린다.
🗺️ 구글맵보다 現地 버스 시간표가 먼저다
소도시는 대중교통 배차 간격이 길다. 시내버스가 하루에 몇 번 없는 경우도 있고, 막차가 저녁 8시에 끊기는 경우도 있다. 관광지 하나를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버스·철도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구글맵 경로 안내가 소도시에서는 실시간 배차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공식 교통 앱(나비타임, 재패니즈 레일 패스 등)을 함께 활용하자.
🏨 료칸 예약은 최소 한 달 전
소도시 인기 료칸은 방 수 자체가 적다. 특히 온천 지역 료칸은 성수기(벚꽃·단풍 시즌, 연말연시)에 2~3개월 전에도 마감되는 곳이 많다. 숙소를 먼저 잡고 항공권을 보는 순서가 소도시 여행에서는 맞다.
▶ 예약 플랫폼 : 자란(じゃらん)과 이치큐(一休.com)는 일본 현지 료칸 예약에 강하다. 영어 인터페이스가 어색하면 부킹닷컴에서도 일부 료칸 예약 가능
🍱 식사는 점심에 몰아서
소도시 맛집은 저녁 영업을 안 하거나, 점심만 운영하는 곳이 많다. 유명 우동집, 지역 정식집은 대부분 점심 장사로 끝난다. 저녁에 무조건 좋은 걸 먹으려 하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점심을 메인으로 계획하고, 저녁은 료칸 석식이나 편의점·이자카야로 가볍게 마무리하는 게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
📱 현지 유심 or 포켓와이파이 필수
소도시는 와이파이 연결이 불안정한 곳이 많다. 특히 료칸, 산간 관광지, 지방 재래시장 일대에서는 와이파이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일본 현지 유심(IIJmio, 도코모 투어리스트 SIM 등)이나 포켓와이파이를 공항에서 픽업하는 걸 강력히 추천한다. 없으면 버스 시간 검색도 안 된다.
소도시 여행 예산 짜는 법 — 대도시보다 얼마나 저렴할까?
솔직하게 비교해보면 이렇다.
▶ 항공권 : 소도시 직항 노선이 늘었지만 도쿄·오사카 노선보다는 비싼 경우가 있음. 도쿄로 입국 후 신칸센으로 이동하는 방법과 비교해 더 저렴한 쪽을 선택
▶ 숙박 : 도쿄 도심 비즈니스 호텔(1박 1015만 원)보다 소도시 료칸이 석식·조식 포함으로 1525만 원 수준인 경우 많음. 밥값 따로 계산하면 오히려 료칸이 나을 수 있다
▶ 식비 : 소도시 현지 식당은 체감상 3040% 저렴. 점심 정식 1,000엔 이하 가능한 곳이 많다1,000엔 수준. 도쿄 유니버설이나 도쿄 디즈니랜드 같은 고가 시설이 없다
▶ 입장료 : 소도시 관광지는 무료 또는 500
4박 5일 기준 총 예산을 대략 잡으면, 대도시 여행 100만 원이라면 소도시 여행은 항공 포함 80~90만 원 선에서 맞출 수 있다. 대신 경험의 밀도가 다르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취향의 차이지만, 적어도 가성비로는 소도시가 낫다.
소도시 여행이 처음이라면 — 이것만 기억하자
소도시 여행의 핵심은 ‘느리게 가는 것’이다. 하루에 다섯 곳을 찍으려고 하면 소도시의 매력이 사라진다. 한 동네를 반나절 동안 걸어 다니고,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저녁에 온천 들어가고 일찍 자는 것 — 그게 소도시 여행의 진짜 방식이다.
처음 소도시 여행을 계획한다면 교통 편의성이 가장 높은 마쓰야마나 다카마쓰를 추천한다. 직항 노선이 있고, 도시 규모가 적당해서 길 잃을 걱정도 없다.
2026년 러닝 크루 입문 가이드에서 소개한 커뮤니티 여행 트렌드처럼, 이번엔 가족이나 친한 친구 2~3명과 소도시 료칸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관광 사진보다 오래 남는 기억이 생길 거다.
이 글에 소개된 여행 정보와 노선, 숙소 운영 현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여행 전 항공사, 숙소, 현지 관광청 공식 채널에서 최신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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