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동시장을 지나다가 시금치 한 단이 8천 원에 팔리는 걸 보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예전 같으면 서너 단은 살 수 있었던 가격이거든요. 창원에서 분식집 하시는 한 사장님은 김밥 속 시금치를 다른 재료로 바꾸면 맛이 확 달라져서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대체를 못 한다고, 그냥 여름이 지나가길 버티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이 얘기를 듣고 나서야 '히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8월 들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잎채소 가격이 그야말로 폭등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로 8월 7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1,978원, 한 달 전 852원과 비교하면 132.2% 급등한 수치입니다. 한 달 만에 가격이 2.5배 수준으로 뛴 셈이죠.

시금치만이 아닙니다
폭염 피해는 잎채소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같은 기간 다다기오이는 10개당 8,313원으로 54.8% 올랐고, 애호박은 46.6%, 청상추는 41.7% 각각 상승했습니다. 열무는 1kg에 3,8804,110원대로 3874% 뛰었고, 얼갈이배추도 30%대 이상 상승했습니다. 작년엔 이런 타격이 주로 잎채소에 국한됐다면, 올해는 오이나 애호박 같은 열매채소까지 함께 생육 장애를 겪으면서 가격 급등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게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올랐을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집중호우로 상처 입은 산지를 다시 폭염이 덮치면서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고온에 취약한 작물들의 생육이 부진해지면서 출하량 자체가 줄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남부 지방은 농업용수 부족으로 노지 채소가 가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근데 정부는 "평년보다 낮다"고 하는데
여기서 조금 헷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전월·전주 대비로 단순 비교하면 물가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줄 수 있다며, 평년 대비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8월 상순 시금치 소매가격은 평년 동기보다 오히려 14% 낮고, 상추는 25%, 배추는 26%, 무는 32%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설명이 틀린 통계는 아니지만, 장바구니를 직접 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달 전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는 체감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계와 체감물가 사이의 이 간극이, 이번 히트플레이션 논란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정부는 뭘 하고 있나
농식품부는 재해 대책 상황실을 차관급 '사고수습지원본부'로 격상하고 '폭염·가뭄 특별관리기간'을 선포했습니다. 밭작물 생육을 돕기 위한 미세 살수 장치와 차광재를 지원하고, 비축 물량 확보와 닭고기 납품 단가 인하 지원도 병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양수산부도 수산물 할인전을 확대 운영하며 밥상 물가 안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애호박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5.2%, 배추는 5.6%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기온이 낮아지는 대로 공급이 다시 원활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장보기 앞두고 있다면 — 액션 플랜
- 시금치·상추·깻잎처럼 폭등한 잎채소는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의 할인 행사,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가격을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습니다.
- 해양수산부가 진행 중인 수산물 할인전처럼 정부 지원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는지 거주 지역 공지를 확인해보세요.
- 특정 채소값이 유독 뛰었다면 당분간 대체 가능한 제철 채소로 메뉴를 조정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배추·무처럼 저장이 가능한 품목은 가격이 낮은 시점에 미리 구매해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폭염기 보관 상태를 함께 신경 쓰셔야 합니다.
리스크는 없을까
농식품부는 기온이 낮아지면 출하량이 늘어 9월 말 추석까지는 공급이 양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폭염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추가 집중호우가 겹치면 회복 시점이 늦춰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채소류 수요가 몰리는 시기와 겹칠 경우, 지금의 상승세가 완전히 꺾이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채소값 상승이 가공식품이나 외식 물가로 옮겨붙을 경우, 체감물가 부담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 가중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이번 히트플레이션이 8월 소비자물가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마무리하며
경동시장에서 본 8천 원짜리 시금치 한 단, 저는 그날 결국 안 샀습니다. 대신 값이 덜 오른 다른 채소로 장바구니를 채웠는데, 이런 식으로 메뉴를 바꾸는 게 얼마나 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동네 시장이나 마트는 요즘 어떤가요? 폭염이 한풀 꺾일 때까지는 다들 장바구니 물가에 좀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 소개된 할인 혜택 및 행사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식 채널에서 반드시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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